폭풍우란 무엇인가? (2차 개정)
폭풍우의 전말에, 이전보다도 훨씬 더 깊고 정확하게 잠수해 봅시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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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개정
수정일: 2025. 10. 16.

작성, 그래픽 제작: 알타이르(@AltairOnTheLake)
자문, 퇴고·교열: 나스티(@Commu_OC_Owner)

1. 도입

2023년 10월 26일 대망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리버스: 1999는 큰 사고 없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와의 콜라보를 포함해 총 14회의 대형 업데이트가 있었으며, 이제 리버스: 1999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100명을 초과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2주년을 맞는 시점에 업데이트된 버전 2.8에서는 메인 스토리 10장 <복낙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번 챕터는 리버스: 1999의 주요 의문점을 크게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그러한 이유로 버전 2.8을 맞이해 기존 <폭풍우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크게 수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시리즈를 읽어 주신 독자분들의 질문에 답변하다 보니 기존 서술에서 고칠 부분들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2차 개정은 전면 개정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에서는 노르니르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마도술의 특징에 기반해 설명하고, 이들의 특징은 어떠한지 더 정확히 서술합니다. 또한 버전 2.8에서 묘사된 것을 포함해 폭풍우의 특징과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마도학자와 인간, 노르니르는 각각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이로 인해 삶의 양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노르니르에게서 내분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파급이 발생하고 있는지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다룹니다.

주의사항

<폭풍우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모든 서술은 잠재적으로 틀릴 수 있습니다. 비록 꼼꼼하게 쓰고 있다고는 하나, 저 또한 사람이기에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쓰는 저자 알타이르는 과거 1999년의 폭풍우가 첫 폭풍우가 아니라고 하거나, 먼 곳의 친구 시리즈가 버전 1.1, 버전 1.6, 버전 1.8 외에도 더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를 너무 믿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의 신뢰성과 관련해

<폭풍우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포함해 제가 작성하는 설정 연구글에서는 아래 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작성 시점에서 글로벌 서버에 공개된 게임 내용

  • 공식 SNS 계정(비리비리, 탭탭, 웨이보의 본토 SNS 계정 및 개발사 블루포치 계정 포함)에 공개된 내용

  • 그 외 게임사(공식)가 제공한 정보

제가 인용하는 자료 가운데 상당히 오래된 정보(게임 정식 출시 이전)가 섞여 있으나, 이들도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는 리버스: 1999의 개발 과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리버스: 1999는 스토리 등 아트 부문에 비해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발이 늦게 시작된 편입니다. 최근 블루포치의 언리얼 엔진 5 데모 공개를 기회로 진행된 인터뷰( https://www.163.com/dy/article/K9VOC8S505268BP2.html?spss=adap_pc&referFrom= )에서 CEO가 구인이 늦었다고 밝혔으며, 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2021년 9월에도 Live2D, Unity3D 개발자 등을 구인( https://m.weibo.cn/status/4677402892438036#&gid=1&pid=1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세계관이 확정된 이후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프로젝트 시작 초기에 공개한 설정이 변동되었다면 일러스트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설령 개발사의 실수로 수정이 누락되었을 경우 팬이 이것을 지적해 수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중국 게임에서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리버스: 1999의 경우 개발 초기 공개된 컨셉 일러스트가 전혀 교체되지 않았으므로, 세계관 설정 역시 적어도 큰 틀에서는 바뀌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홍보 1 : 스토리 백업 프로젝트

현재 제나님 주도로 리버스: 1999의 한국어 스토리 백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메인 스토리 백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업된 스토리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홍보 2 : 설정이 더 궁금하다면

아울러, <폭풍우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포함해 다양한 설정에 대해 아래 ‘리버스: 1999 설정연구소’ 디스코드 서버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서버에 방문하시면 현재 작성하고 있는 설정 연구글의 초안이나 실험적 분석 등을 가장 빨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설정과 관련해 질문하셔도 좋으니, 편히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1: 원문 기준 번역

한국어 공식 번역의 누락 및 오역 때문에 메인 스토리의 고찰 등은 원문을 기준으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식 번역을 존중하여 기본적으로 공식 번역을 인용하되, 해석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 원문 기준 번역을 인용(인용문 하단에 [원문 기준 번역] 표기)합니다. 아래 원문 기준 번역은 나스티님이 하신 것으로 자세한 것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 타임라인 정리

현재 인게임 내에서 명확히 밝혀진 타임라인을 정리했습니다. 해당 참고자료의 링크는 ‘3.4. 폭풍우의 역사’에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해당 타임라인 정리 역시 나스티님이 하셨습니다.


2. 마도술의 존재와 그로 인한 특징

2.1. 마도술의 존재

리버스: 1999는 마법, 주술 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의 대체역사물입니다. 여기서 마도술, 즉 마법이란 ‘신성을 다루는 지식 및 기술’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신성이란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자연의 이치 및 초자연적인 힘’인데, 과학보다 먼저 존재했으나 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범위가 좁아지거나 과학으로 편입됐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일식이 있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일식이 태양과 달이 겹쳐서 발생하는 천문현상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걸 몰랐으므로, 태양(주로 임금을 가리킴)을 뜯어먹는다는 식으로 해석해 불길하게 여겼습니다. 마도술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가 하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리버스: 1999 세계관에서는 마도술을 쓸 수 있는 존재를 마도학자로 통칭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성을 다루는 체질 또는 혈통을 말합니다. 슈나이더가 마도술을 사용함에도 마도학자가 아닌 이유입니다. 


2.2. 리버스: 1999의 우주는 열린계

해당 대목에서 APPLe은 우주(리버스: 1999의 우주)의 특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APPLe은 우주가 자기 조율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변동성에 개입하여 이를 줄이는 조율자의 존재를 명확히 묘사합니다. 특히 ‘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를 잡아서 보수하는 존재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는 Z 또한 의견이 동일합니다. 이는 리버스: 1999의 우주가 조율자가 필요한 변동성 있는 우주, 열린계라는 뜻입니다. 

열린계는 고립계와 달리 외부와 물질과 일, 에너지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계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은 열린계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는 냉장고가 있습니다. 냉장고는 계속해서 압축기를 돌리며 냉장고 내부의 열을 외부로 빼내는 장치로, 내부와 외부의 열 교환이 발생합니다. 열린계 우주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질서가 유지되는 것 자체가 리버스: 1999 세계에 개입하는 존재, 즉 조율자가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리버스: 1999 세계는 열린계의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개인마다 그 위력과 특징 등은 다르지만, 상당수의 마도술은 열역학 법칙, 그 중에서 특히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합니다. 열역학 법칙은 총 4개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봅시다. 첫 번째로 드루비스의 마도술이 있습니다. 드루비스의 마도술은 ‘식물의 생명활동을 제어하는 것’으로 요요약할 수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 1장에서의 묘사를 종합해보면, 드루비스는 수십 m 범위에 있는 모든 식생을 한 번에 제어하거나, 식물의 상태를 한 시점에서 고정시키는 등의 마도술을 쓸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간은 하루에 2,500 kcal 가량을 소모하는데, 이를 와트(초당 에너지 소모)로 환산하면 120 W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나마도 상당수가 열의 형태로 빠져나가, 실질적으로는 이것보다 적은 일만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반해 드루비스의 마도술은 막대한 에너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런 변화를 일으킬만한 에너지가 인간의 신체에서만 비롯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마도술의 사용으로 상당한 에너지 교환이 일어난다는 묘사는 없습니다. 따라서 마도학자는 열역학 제1법칙 및 제2법칙을 위배하는 제1종 및 제2종 영구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합니다.

그러나 리버스: 1999 세계관에서 열역학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열역학 법칙은 물리법칙 중에서 매우 기본적이고 확실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도 열역학 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예: 태양의 코로나 현상, 음의 절대온도 등)이 목격되고는 하나 후속 연구를 통해 그 원리가 밝혀지며 열역학 법칙이 여전히 성립함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리버스: 1999 세계관도 마도술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실처럼 열역학 법칙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바로 리버스: 1999 세계의 우주가 고립계가 아닌 열린계라는 사실입니다. 현실의 우주는 고립계로서, 외부와 물질과 일, 에너지의 교환이 없습니다. 하지만 열린계는 이와 다르게 외부와 물질과 일, 에너지를 교환합니다. 마치 냉장고를 열어두면 주변은 차가워지지만 냉장고 안은 미지근해지는 것과 동일합니다.

결정적으로, 마도학자 중에는 대놓고 별도의 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양월이 있습니다. 양월은 자신의 전화기를 통해 별도의 계에 있는 강량을 호출하는 한편, 별도의 통로를 통해 강량에게 전기를 공급하고는 합니다. 강량이 있는 곳은 현실과는 다른 계로 묘사되며, 양월을 포함해 일부 적격자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죠. 따라서 리버스: 1999의 우주는 열린계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3. 대홍수와 폭풍우

3.1. 대홍수

버전 2.8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요소를 한 가지 꼽자면 ‘대홍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대홍수는 폭풍우의 상위 개념으로서 등장해 메인 스토리 챕터 10 <복낙원>의 주요 화두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메인 스토리 1장에서 X가 대홍수의 원리와 과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X는 폭풍우의 원인을 ‘나비’라고 표현하는데, 특히 X가 사용하는 비유들은 괄호 안 내용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대홍수의 묘사

리버스: 1999의 대홍수에서 중요하게 묘사되는 것은 총 세 가지입니다. 물레, 실, 그리고 물입니다. 남극 한가운데의 신전의 중심부에는 우물이 있고, 그 우물 한가운데 물레가 놓여 있습니다. 물레는 버틴의 여행가방에 있는 그 물레와 거의 동일한 형태를 띄고 있으나, 버틴의 것과는 호환되지 않음이 암시됩니다. 다만, 상태는 썩 좋지 않은지 군데군데 패이거나 깨진 부분이 눈에 띕니다. 대홍수는 우르드(닥터 도레스)가 물레를 돌린 것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재건의 손 진영 한 가운데서 아르카나의 부활 의식과 대홍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우르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아니면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물레를 반드시 돌려야만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물레에는 황금 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버틴의 말마따나 이 실은 버틴의 여행가방 속에 있는 실과 동일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실이 우르드와 버틴만 볼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이 황금 실은 우물의 바닥으로 이어지는데, 우르드는 거기에 실이 있으면 안 된다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우르드가 물레를 돌리자, 우물 바닥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물은 비대칭 핵종 R을 함유하고 있으며, 폭풍우의 빗물과 성질이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농도가 매우 높은 탓인지 밸런스 우산을 포함해 모든 것들이 싸그리 쓸려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우르드 역시 이 물에 닿으면 몸이 녹아내립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패닉하는 것과 별개로 마치 이걸 몇 번 겪어봤다는 것처럼 매우 평온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죠. 버틴은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대홍수로 말미암아 막대한 양의 물이 우물에서 쏟아져나오며, 전세계적으로 유의미한 해수면 상승이 목격됩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버전(2.1, 2.2, 2.5, 2.6)의 장면이 물에 반쯤 잠긴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들 버전은 공통적으로 9번째 폭풍우 이후, 즉 1990년대의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홍수가 완성되면 세상에 물에 잠기고 마도학자의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묘사되죠.

성경의 홍수 묘사와 비교

세상을 물로 정화한다는 개념은 성경의 홍수 묘사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야훼(‘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기독교의 유일신)는 세상이 심하게 타락했다고 보고 물로 쓸어 정화하겠다고 결정합니다. 그러나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고 싶지 않았던 야훼는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것을 지시했고, 노아는 그 지시에 따라 방주를 제작합니다. 방주를 완성한 노아는 방주에 각 동물 한 쌍과 가족들을 싣었고, 이후 세상은 물에 잠겨 멸망합니다.

리버스: 1999의 대홍수 역시 세상이 물에 잠겨 소멸한다는 점에서, 성경의 홍수와 유사합니다. 또한 여행가방이 이따금씩 폭풍우 속의 방주로 묘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홍수 설정이 성경의 홍수 설정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1999년의 대홍수

우르드, 아니무스, 솜므 장군, 이고르 장군 등의 몇몇 인물은 공통적으로 메인 스토리 챕터 10의 대홍수 시도와 비슷한 일이 1999년에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이들 인물들의 표현을 종합했을 때, 1999년의 대홍수 시도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 누군가 이곳의 물레를 돌려 대홍수를 일으키려 했다.

  • 대홍수 시도는 모종의 사유로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폭풍우’가 발생했다.

  • 이 당시에는 우르드가 물레를 멈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 성 파블로프 재단과 재건의 손이 대치했으며, 양쪽 다 꽤 큰 피해를 입었다.

대홍수의 중단과 폭풍우

1999년과 이번 대홍수 사례에서 보여지듯, 누군가 물레를 멈추면 흘러나온 물이 하늘로 올라가 ‘폭풍우’가 됩니다. 물레가 끌어 올린 물은 우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세상에 잔류해 ‘폭풍우’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3.2. 폭풍우의 묘사

위와 같이 대홍수 시도의 중단을 동력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 ‘폭풍우’입니다. 리버스: 1999의 최중요 화두로 제시되는 것이 폭풍우이니 만큼,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묘사를 짚고 가도록 합시다.

폭풍우 증후군

영: Storm Syndrome / 중: 暴雨症候 / 일: ストーム症候群 혹은 時代病

폭풍우가 발생하기 24시간 전을 무렵하여 ‘폭풍우 증후군’이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따금씩 시대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각 시대와 이로 인해 발생한 폭풍우에 따라 증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인지가 왜곡됩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의 혈관이 전선으로 바뀌거나(2번째 폭풍우), 기하학 도형으로 바뀌거나(3번째 폭풍우), 만화풍으로 바뀐 후 폭발(7번째 폭풍우), 금과 지폐를 먹거나(8번째 폭풍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지 왜곡은 그 시대의 특징이나 주요 사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폭풍우 증후군은 인간과 마도학자 모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사람마다, 또 폭풍우마다 차이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메인 스토리 챕터 0(프롤로그)에서 7번째 폭풍우 직전 레굴루스가 정상적인 사고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판단한 반면, 9번째 폭풍우 직전 아페이론 섬의 사람들이 폭풍우 증후군에 심각한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정보 공개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폭풍우 증후군은 치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성 파블로프 재단(이하 재단)에서는 치료 센터에서 폭풍우 증후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아페이론 섬에서 6는 마도술 한 번에 폭풍우 증후군에 감염된 교인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충분한 안정과 심리적 지원이 있다면 폭풍우 증후군은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폭풍우 증후군을 즈음하여 타임키퍼(버틴)는 폭풍우 24시간 카운트다운을 재단 전역에 발효합니다. 버틴의 손목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 시점부터입니다.

폭풍우

영: (the) Storm / 중: 暴雨 / 일: ストーム

폭풍우 증후군으로부터 24시간이 지나면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며, 이윽고 세상 모든것이 휩쓸려 종국에는 시대가 사라지는 ‘폭풍우’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폭풍우를 안정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기술(3.5. 폭풍우를 피하는 법 참조)이 개발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자칫하면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폭풍우’ 앞에서는 인간과 마도학자의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공평하게, 심지어 무생물까지 싹 휩쓸려 시대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됩니다(이것을 ‘리버스된다’(be reversed)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폭풍우에 휩쓸린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폭풍우를 통해 ‘재배열’된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가령, J의 여동생이었고 레굴루스와의 연관성이 제시되는 파울리나나, 카슨 집사와의 연관성이 강하게 제시되는 던컨의 경우)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4. 노르니르의 존재성’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폭풍우’가 발생하면 시간이 단절되고, 이로 인해 다른 시대에 도착하게 됩니다. 출발 연도와 도착 연도 사이의 규칙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폭풍우’ 이후 미래로 갈 수도 있고, 과거로 갈 수도 있습니다. 수 차례의 ‘폭풍우’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래 ‘3.4. 폭풍우의 역사’에서 다루겠습니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로, ‘폭풍우’는 어느 지점(시대의 임계점)에서 시작돼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어느 두 지역이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다면 한 지점에 비해 다른 지점에 ‘폭풍우’가 더 늦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버틴이 Z에게 타임키퍼가 될 것을 제안받은 후 바로 현장에 파견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3.3. 시대적 사건

리버스: 1999에서 폭풍우가 다가올 때면 종종 ‘시대적 사건’이 언급되고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이나 1987년의 초신성이 있습니다. 7번째 폭풍우 당시 재건의 손이 그랬던 것처럼, 시대에 개입해 시대적 사건을 유발하면 폭풍우를 촉발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폭풍우의 발생에 시대적 사건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시대적 사건은 과거와 현재를 기준짓는 기준이 됩니다. 중세와 근대의 구분은 산업혁명이고, 근대와 현대의 구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입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냉전과 탈냉전, 스마트폰의 등장, 세계 대공황과 대침체, 코로나19 등의 주요 사건은 시대를 크게 바꿔놓았고, 사건 이전의 과거를 끊어냈습니다. 시대적 사건이 폭풍우의 불씨라면, 폭풍우의 (표면적인) 원인은 시대적 사건으로 인한 과거와 현재의 분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조금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봅시다. 시대적 변화는 혼자서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쌓인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 시대적 변화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만든 수많은 행동은 각자의 인과관계를 가지고 누적되며,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대규모의 사건으로 발화하게 됩니다.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의 분석과 아페이론 학파의 명명을 종합하면 리버스: 1999 세계는 인과율(엔트로피)의 용량이 존재하며, 폭풍우의 원인은 인과율의 용량 초과입니다. 이 사실을 통해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는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열역학 법칙이 틀리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컴퓨터공학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시대’라는 내용을 담는 드라이브(하드 디스크나 SSD, 플래시 메모리와 같은 것)에 인과관계라는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폭풍우는 이 드라이브에 시대적 사건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려,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류가 발생한 채로 저장되다 못해 치명적 오류로 드라이브가 초기화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인과율의 오류는 특히 인간이 더 강하게 유발하는 편인데, 이는 챕터 5 ‘운명과 성향, 공백’에서 다루겠습니다.


3.4. 폭풍우의 역사

버전 2.8에 이르기까지 리버스: 1999에서는 총 10차례의 폭풍우가 발생했습니다. 각 폭풍우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표들에서 요약해 정리했습니다.

[ 원본 이미지 보러가기 ]

상세한 연도 정리는 아래 나스티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5. 폭풍우를 피하는 법

‘폭풍우’는 여전히 매우 심각한 재난이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방법이 있기도 합니다. 아래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면 폭풍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어느 방법은 마도학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어느 방법은 인간도 사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폭풍우 면역 구역

어떤 지역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폭풍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 파블로프 재단 본부

  • 재건의 손 본부

  • 오리티우 기지 일부분 (5TH-1 참조)

  • 아페이론 학파의 섬

  • 남극 신전

  • 울루루 스타디움 (버전 1.5 <부활! 울루루 대회>의 배경)

  • 패성 (버전 1.6 <삭일수기>의 배경)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런 지역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버틴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기절시킬 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는 점입니다. 안개에는 ‘폭풍우’와 중대한 연관이 있는 ‘비대칭 핵종 R’이라는 물질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틴의 여행가방은 마도학자만 폭풍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여기서 폭풍우를 피할 수 없어, 안전 지대로 이동하거나 다른 도구(밸런스 우산 등)를 사용해야 합니다.

폭풍우 면역 주문

메인 스토리 챕터 6에서 폭풍우를 피할 수 있는 주문이 있음이 밝혀집니다. 다만 그냥 시전하면 먼지가 되거나, 진흙으로 변하는 등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킵니다. 의식 각성자의 경우 자신의 영혼은 보전할 수 있지만, 육체가 소멸하는 것은 동일하며 루시가 그랬던 것처럼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알려진 부작용만 162가지가 되죠.

메디슨 포켓이 밝혀낸 것처럼, ‘폭풍우’ 속에서 해당 주문을 외치면 해당 주문이 부작용 없이 시전돼 ‘폭풍우’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폭풍우’ 중 내리는 빗물에 비대칭 핵종 R이 포함돼 있고, 이 물질이 ‘폭풍우’ 면역 주문 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죠. 해당 주문은 ‘폭풍우’에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성공 확률이 상승하게 됩니다. 또한 아페이론 학파의 6이 가지고 있던 스크롤은 해당 주문의 시전을 보조합니다.

스토리에서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해당 어구는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로 작성됐습니다. 에스페란토는 일반적인 언어가 자연 발생한 것과 다르게 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들었죠. 에스페란토는 인공어 중에선 꽤 유명한 축에 속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십 여 개의 나라에 에스페란토 협회가 설치돼 있는 등 공부하고 싶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스: 1999에서는 에스페란토가 버틴만 아는 특별한 언어로 묘사됩니다. 인류 지식의 총집산이라는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에서도 알아내지 못 할 정도라면 전혀 보편적이지 않다고 봐야겠죠.

꽤 파격적인 성능이지만, 큰 단점이 있다면 인간이 시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해당 주문은 문자 그대로 주문이기 때문이죠. 인간은 그 어떤 주문도 쓸 수 없기에 무용지물입니다. 마도학자라 할지라도 시전 성공 확률이 100%가 아니라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재단은 해당 주문을 날것 그대로 쓰지 않고, 인챈트를 통해 보다 안전한 형태로 가공한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호프만 매듭

아페이론의 계시를 받은 37이 알아낸 매듭으로, 존스 다항식이 t⁻⁴-t⁻³+2t⁻²-3t-1+3-3t+2t²-t³+t⁴ 이고 교차점이 8개인 매듭입니다(적어도 제가 찾아본 바로는, 매듭 이론은 대학원 수준의 수학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쪽은 제가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원형의 끈(매듭 이론에 따르면, 원은 존스 다항식이 1이고 교차점이 0개인 풀린 매듭입니다.)을 위와 같이 묶으면 해당 끈이 그 사람에게 ‘폭풍우’ 면역을 실현해 줍니다.

해당 매듭을 통해 카카니아는 스스로의 힘으로 ‘폭풍우’를 헤쳐 나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같이 매듭을 묶은 지인들은 ‘폭풍우’에 휩쓸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매듭을 잘못 묶었거나, 성공 확률이 100%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이졸데가 카카니아에게 준 장식물 ‘마음’이 조명되는 것을 고려할 때, 카카니아는 이졸데의 선물 덕분에 폭풍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당초 이 매듭은 마땅히 불릴 이름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붙이자니 기여자들이 모두 거절하는 등 난관이 많았으며, 날짜를 붙이기 직전 호프만 매듭이라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이 이름은 순직한 그레타 호프만을 기리기 위해 아들러 호프만이 제안한 명칭입니다.

재건의 손 가면

언제부터 사용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재단에 비해 재건은 오래 전부터 특정 가면을 통해 ‘폭풍우’ 면역을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재건 신도가 착용하며, 일시적으로 드루비스가 착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말인 즉슨 재건 간부는 다른 방법으로 ‘폭풍우’ 면역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가면은 가까이 두기만 해도 정신 착란을 일으키거나 가면을 착용하고자 하는 충동을 만들며, 최종적으로 이성을 잃고 괴물로 변하는 파멸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게 착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드루비스가 착용했으나 별 부작용이 없었던 것처럼) 길게 착용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해당 가면에는 신체 분비물 등의 여러가지 성분이 있지만, 그 중 유효 성분은 비대칭 핵종 R입니다. 어떠한 방식인지는 몰라도, 해당 물질이 가면의 ‘폭풍우’ 면역 역량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비대칭 핵종 R의 불안정성과 가면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버틴 일행이 재건의 손 가면을 노획한 이래로 충분히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부단한 역공학 노력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을 해소할 길이 없자, 결국 재단은 재건의 손 가면의 역공학을 포기하고 자체적인 방어구 설계로 노선을 바꾸게 됩니다.

밸런스 우산

챕터 7 내내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는 제한적인 정보와 실험으로 인한 상당수 손해에도 24시간 내 모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폭풍우’ 방어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착수합니다. 그 결과, ‘폭풍우’ 4시간 전, 호프만 매듭이 안전하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매듭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모양이 꽤 복잡해 틀릴 가능성이 있는 바, 재단은 더 안정적인 방어구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밸런스 우산’입니다. 밸런스 우산은 ‘폭풍우’ 면역 주문과 호프만 매듭을 활용해 ‘폭풍우’ 면역을 제공하는 반면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보호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재건의 손 가면과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일체의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밸런스 우산이 최초로 개발된 메인 스토리 7장 시점에서는 아직 프로토타입 및 저율생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메인 스토리 10장 시점에는 대량 양산돼 업무 일선에 보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작용 역시 해소돼 범용적인 폭풍우 면역 대책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폭풍우에 면역인 존재들

어떤 존재들은 폭풍우에 면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버틴이나 아르카나를 들 수 있습니다. 우르드 또한 어느 정도의 폭풍우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최근에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우르드의 폭풍우 취약성에 대해선 챕터 6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서 설명하겠습니다.


4. 노르니르의 존재성

4.1. 노르니르란 무엇인가?

* 해당 파트의 설명은 헬렌 A. 거버의 <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를 참조했습니다.

노른(Norn)은 북유럽 신화에 속한 운명의 여신들의 이름입니다. 노른은 단수형이며, 복수형은 노르니르(Nornir)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와 비슷하지만 하는 일은 다릅니다. 노른에는 여럿이 있으며, 굳이 여성이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의 신들과는 다르게 직책에 가까운 느낌이죠. 로마 신화 운명의 여신들인 모이라이와 혼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르니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운명의 세 여신이라고도 불리는(다만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굳이 여성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고찰에서는 이 셋을 편의상 ‘노르니르 삼두’로 지칭하겠습니다.) 세 명입니다. 이들은 운명의 베를 짜는 것을 담당하며, 신성한 샘인 우르다부룬느(Urðarbrunnr; 운명의 우물)에 머무르며 세계수 위드그라실을 관리하고는 합니다.

노르니르 삼두 중 첫째는 과거를 담당하는 우르드(Urd; 운명)입니다. 운명의 베를 짤 때 우르드는 실을 지어 베틀에 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세상 정사에서는 사건의 원인, 특히 사람에게는 탄생을 주관했습니다. 이름이 운명 그 자체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르드는 노르니르의 수장입니다.

둘째는 현재를 담당하는 베르단디(Verdandi; 현재)입니다. 베르단디는 바퀴를 굴려 운명의 베틀을 돌렸고, 이를 통해 천을 짜맞췄습니다. 세상의 일에서는 사건의 과정, 사람에게서는 삶을 담당했는데, 특히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베르단디 역시 우르드에 못지않게 중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담당하는 스쿨드(Skuld; 미래)가 있습니다. 스쿨드는 성격이 꽤 까탈스러워, 우르드와 베르단디가 완성시킨 베를 찢어버리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사건의 흐름에서 결과를 담당했고, 특히 사람에게서는 죽음을 담당했습니다.

오딘을 포함한 여러 신들 또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했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막강했죠. 노르니르 또한 이를 알았기에, 신이나 인간의 세계에 개입하기보다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주력했습니다.


4.2. 특히 노르니르인 이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버스: 1999의 우주는 열린계로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존재들이 필연적입니다. APPLe과 Z가 추론해 낸 조율자를 노르니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르드의 이름

메인 스토리 5장이 수록된 버전 1.4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버전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이름, 바로 우르드입니다. 지금까지 우르드(마르타, 닥터 도레스)는 상당히 비중있게 등장하는 인물임에 반해 별다른 소개를 받지 못했습니다. 첫 등장(언급)으로부터 무려 1년 반 넘게 지난 버전 2.8에서야 정식 소개 이미지가 등장한 것이죠. 블루포치가 우르드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르드는 노르니르 삼두 중 과거를 담당하는 존재로, 노르니르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술하는 것처럼 여러 존재들이 우르드를 ‘운명 그 자체’로 여기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에 따라 우리는 노르니르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많은 노르니르 관련 언급 (근데 굿즈에 숨겨진)

우르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경로(그 중 일부는 아마 본 시리즈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를 통해 알게 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스쿨드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중국에서의 CBT 당시에 보상으로 지급된 굿즈에 언급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영상 캡쳐 : https://weibo.com/tv/show/1034:4718364514517136 ]

해당 이미지는 리버스: 1999의 중국 CBT 당시, 참가자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된 굿즈의 일부분입니다. 성 파블로프 재단에서 관리하는 듯한 자료의 레이블이 붙어 있는데, 각 부분을 모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자료는 존재 자체가 중대한 떡밥입니다. 946655999는 유닉스 타임(1970년 1월 1일부터 흐른 시간을 초 단위로 나타낸 것)으로 환산할 경우 중국 표준 시각, 즉 GMT+8 기준으로 1999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가 됩니다. 자료의 제목은 ‘재단의 세 ???의 개인 물품’이며, 제작 날짜는 1998년 10월 23일, 보존기한은 ???이 발견될 때까지입니다. 게다가 하단에는 ‘To Skuld’라는 텍스트가 인코딩된 바코드가 있기까지 합니다.

상자 안에는 편지 봉투와 플로피 디스크, 오르골 등이 있습니다. 편지 봉투에는 ‘Miss Vertin’, ‘16 Carnaby St, London’이라는 이름 및 주소와 ‘Open It Together’가 적혀 있습니다. 우상단에는 스탬프가 있는데, 스탬프의 내용으로 봐서 이 편지는 1999년 12월 카나비 스트리트에서 보내진 것으로 보입니다.

[ 영상 캡쳐 : https://weibo.com/tv/show/1034:4718364514517136 ]

[ 영상 캡쳐 : https://weibo.com/tv/show/1034:4718364514517136 ]

편지 봉투 안에는 이런 글이 적힌 편지지가 담겨 있습니다. OCR 및 번역 초벌은 ChatGPT가 담당했습니다.

한편 2.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순간이동 술식 디스크처럼 되어 있는데, 놀라운 점은 이것이 실제로 플로피 디스크라는 점입니다. 이 플로피 디스크를 플로피 드라이브에 넣으면 ‘946655999.png’ 라는 파일 하나가 들어 있는데, 그 파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배경에 등장하는 레굴루스 그림들은 <셜록 홈즈>에 등장하는 춤추는 암호로,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풀이하면 ‘ORLOG’가 됩니다. orlog에서 or은 urd가 변형된 것이고, log는 기록물, 이야기, 노래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orlog는 풀이하자면 ‘운명/노르니르의 노래/이야기’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우르드라는 이름 하나만 등장했다면 단순 모티프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방면으로 노르니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언급하고 있는 바, 최소한 리버스: 1999에서 노르니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사용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노르니르인가?

리버스: 1999에서 거의 대부분의 존재는 시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폭풍우’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그 인물의 출신 시대는 그 인물에게 영원히 남습니다. 가령 세계대전을 겪은 사람은 평화주의적인 성향을 띄게 될 것이고, 경제 위기를 겪은 사람은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띄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존재들은 그 어떤 시대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르드가 있습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시대를 유랑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다양한 글을 써 왔습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지식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르드에게는 시대적 맥락이 없습니다. 버틴, 아르카나, 콘스탄틴과 같은 존재들도 시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르드가 북유럽 신화의 노르니르 삼두 중 한 명이며, 우르드가 ‘운명 그 자체’로 여겨지는 점, 특히 메인 스토리 10장에서 ‘운명’에 대해 언급이 많은 점, 물레(실을 만드는 도구)나 우물(운명의 우물 관련)이 언급되는 점을 고려할 때, 리버스: 1999의 조율자로 우르드, 버틴, 아르카나, 콘스탄틴과 같은 존재들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집단은 모티프를 고려해 ‘노르니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4.3. 노르니르의 특징

리버스: 1999에는 조율자 집단, 즉 노르니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르니르 일족과 그 구성원 노른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시대에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운명이 없음

노르니르의 가장 큰 특징은 ‘운명이 없다’(불변의 조율자)는 것입니다. 메인 스토리 5장에서 아페이론 섬에 도착한 버틴은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37이 버틴의 영혼의 숫자가 0임을 증명하며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0이라는 숫자는 ‘없음’,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리버스: 1999에서 운명과 같은 단어는 셋입니다. 골상, 숫자, 영감입니다. 골상과 영감에 대해선 밑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우르드의 <아페이론 유랑>을 알고 있었던 버틴은 아페이론 학파 사람들에게 우르드의 정체에 대해 물어봅니다.

여기서는 특히 6의 발언이 중요합니다. 모호한 표현이긴 하지만, 맥락상 우르드가 버틴과 마찬가지로 영혼의 숫자가 0이라는 것으로 읽힙니다(정황상 6는 우르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6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숨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영혼의 숫자가 0이라는 것은 ‘운명이 없음’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한편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마르타는 6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6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6은 마르타를 ‘운명 그 자체’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수사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지만, 작중에서 운명으로 표현된 인물은 또 있습니다.

버틴은 재단을 운명으로, 마틸다는 버틴을 운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버틴이 아이들에게 탈옥 작전 참가와 노래 부르기를 바라는 것을 마틸다는 ‘운명의 계시’라고 표현합니다. ‘우르드’가 운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마르타가 우르드라고 판단합니다. 

한편 베스머트 또한 운명이 없음이 제시됩니다.

갈천의 골상은 운명과 동치인데(여기에 대해서는 챕터 5 ‘운명과 성향, 공백’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갈천이 유일하게 베스머트의 골상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베스머트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골상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베스머트의 골상이 난독화되어 있는 등의 다른 요인은 보이지 않았으니, 갈천이 베스머트의 골상을 읽지 못한 것은 골상(운명)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 가장 합당합니다(프로그래밍으로 치면, Null 포인터를 읽으려 시도하면 오류가 나는 것과 동일합니다).

폭풍우 면역 소유

노르니르의 주요한 특징으로 폭풍우에 면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버틴의 소개글에서 버틴이 폭풍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서술한 것은 서술 트릭입니다. 엄밀히 말해 버틴이 폭풍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버틴이라서가 아니라 노른이기 때문이죠.

버틴, 아르카나는 확실히 폭풍우 면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스머트는 작중 묘사된 적이 없으나, 후술하는 것처럼 버틴과 동일하게 폭풍우 면역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우르드는 겉보기에 폭풍우에 휩쓸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999년 대홍수 당시 힘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너무 힘을 잃은 탓에 폭풍우의 빗물에 닿으면 몸이 녹아내리게 된 상황인 것이죠. 그러나 이에도 불구하고 재탄 기작을 통해 자아의 연속성(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연속적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우르드 역시 폭풍우 면역인 것으로 봐야 합니다. 재탄 기작에 대해서는 밑에서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재탄 기작

노르니르에게는 ‘재탄’이라는 기작이 있습니다. 중요하면서 가장 난해한 부분이라 생각해 좀 자세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메인 스토리 7장에서 마르타는 폭풍우에 휩쓸린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노르니르는 폭풍우 면역이므로 폭풍우에 휩쓸린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마르타가 어떻게 되었는지 혼란이 많았고, 마르타가 죽었거나 폭풍우에 휩쓸렸다고 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메인 스토리 8장에서 마르타와 거의 동일한 닥터 도레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르타와 닥터 도레스는 헤어 스타일, 장님이라는 설정, 의술이 뛰어나다는 점 등 다양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성우도 같은 것으로 추정되죠(공식적으로 둘의 성우가 밝혀진 사항은 없으나 동일한 성우를 가진다는 것에 이견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자신이 마르타였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페이론 학파의 모티프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델로스 섬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죠.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연속적으로 인지한다는 것은 다른 존재와 상이한 지점입니다. 폭풍우에 휩쓸린 평범한 존재들은 그 이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며, 심지어 동일인물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는 합니다. 1929년 폭풍우에 휩쓸린 카슨 집사가 1990년 던컨으로 등장하거나, J의 여동생 파울리나가 재단에서 일하다 폭풍우에 휩쓸리자 재단의 기록과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것이 그 예시입니다.

그러나 닥터 도레스는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흐릿하게나마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페이론 학파 시절을 기억하고, 우르드가 화자인 <먼 곳의 친구> 시리즈인 1.1과 1.8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자세한 사항은 밑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시대과 별도로 존재하는 노른이 시대로 인해 죽는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노른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지 않고, 다만 홍해파리처럼 재탄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노른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죽음을 피하고 재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운명의 조율자인 만큼 원한다면 아예 죽지 않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노르니르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려 하고 있기에 그러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버틴도 재탄을 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베스머트와의 연관성이 제시되는데, <삭일수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버틴은 삭일수기 이벤트 스토리 일화를 듣고 ‘꿈을 꾼 것 같다’고 말하며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삭일수기 이벤트 스토리에는 버틴과 같이 노른인 베스머트가 등장합니다. 이 두 사실을 우르드가 보여준 재탄생 기작과 결부시킨다면, ‘베스머트가 재탄생을 거친 결과 버틴이 되었다’, 즉 ‘베스머트와 버틴은 본질적으로 동일인물이다’는 놀라운 명제가 도출됩니다.

에스페란토어를 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으로 에스페란토어를 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에스페란토어는 꽤 인지도가 있는 편입니다. 인공어 중 가장 규모가 크죠. 전 세계에 200만 명이 에스페란토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수십여 개 국에 에스페란토 협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에스페란토 대회 등 국제 행사도 활발한 편이죠.

하지만 리버스: 1999 세계관에서 에스페란토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999년까지의 지식을 총집산하고 있을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에서도 에스페란토어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인지했더라면 폭풍우 면역 주문의 뜻을 훨씬 더 빠르게 알 수 있었을 테죠.

흥미롭게도, 버틴은 폭풍우 면역 주문을 보고 자신이 아는 언어라는 것을 바로 깨우쳤습니다. 뒤이어 버틴은 여행가방을 여는 주문을 포함해 자신의 몇몇 주문과 같은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흥미로운 점은, 버틴이 이 언어를 배운 계기는 버틴 자신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버틴과 마찬가지로 아르카나 또한 에스페란토를 알고 있습니다.


4.4. 노르니르 삼두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리버스: 1999 팬덤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흔히 베스머트 역시 우르드인 것으로 보고 동일인물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베스머트는 우르드와 다른 존재이며, 오히려 버틴과 같은 존재입니다.

다른 증명을 통해 이것을 보일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우르드 본인이 자신은 베스머트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버틴은 닥터 도레스를 닥터 도레스, 마르타, 베스머트, 우르드 중 어느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묻습니다. 도레스는 자신의 필명 우르드를 알고 있다는 점에 놀라는 한편 이름 4개 중 자신의 이름이 아닌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르드와 마르타, 닥터 도레스는 동일인물임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베스머트는 우르드가 아닌 것이 증명됩니다.

과거: 우르드(마르타 → 닥터 도레스)

노르니르 삼두 중 리버스: 1999에서 가장 많이 다룬 이름이자, 그만큼 정체가 명확히 밝혀진 존재입니다. 아페이론 학파에서 수행하던 시절에는 마르타라는 이름으로, 그 이후부터 열 번째 폭풍우까지는 닥터 도레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우르드라는 이름으로 여러 시대를 부유하며 글을 쓰고 있으며, 때때로 UTTU에 글을 투고하기도 했습니다. 버틴이 우르드라는 이름을 인지하게 된 것도 UTTU의 글 때문이었죠.

우르드는 운명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르니르의 책무일 수도 있지만, 잃어버린 자신의 힘을 되찾을 방법을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1999년 대홍수 기도 당시 우르드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이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챕터 6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으로 인해 그 힘을 잃어버리고, 이제 폭풍우 면역마저 약해진 것으로 보이죠.

 노르니르 공통의 특성인 것으로 보이지만(일례로 버틴이 슈나이더에게 7발 이상의 총알을 맞고도 멀쩡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우르드는 의술과 회복력, 치료 마도술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됩니다. 파편에 맞고 치명상을 입은 6를 순식간에 되살리기도 했으며, 닥터 도레스로 재탄한 이후에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의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르드의 회복 능력(운명의 직공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복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은 노르니르 모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르드는 베르단디(버틴)과 ‘먼 곳의 친구’(엄밀히 말하자면 ‘먼 곳의 옛 친구’(远方的故人). 한국어 번역은 예 고(故)자가 누락되었습니다) 라는 명의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먼 곳의 친구’가 누구이고, 먼 곳의 친구 시리즈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선 과거 제가 작성한 글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해당 글 링크를 첨부하는 것으로 설명을 갈음하겠습니다.

현재: 베르단디(베스머트 → 버틴)

멀고도 가까운 존재인 베르단디입니다. 엄밀히 말해 베르단디라는 이름 자체가 리버스: 1999 내에서 등장한 적은 없으나, 우르드와 스쿨드가 등장한 시점에서 베르단디를 논하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현재를 담당하는 존재를 베르단디라고 부르겠습니다.

버틴이 베르단디인 것은 아래 격언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르드(마르타, 닥터 도레스)가 맹인인 것은 이 모티프에 기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베스머트 역시 맹인인데, 이를 고려하면 베스머트 역시 운명(의 여신)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아르카나는 스쿨드이므로, 소거법에 따라 베스머트는 전임 베르단디이고, 베스머트의 재탄인 버틴은 현임 베르단디입니다. 하지만 버틴은 안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아르카나 또한 지적합니다.

버틴은 자신이 노른이고 베르단디라는 것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버틴이 온갖 역경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타임키퍼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설령 자신이 폭풍우에서 유일하게 자유롭다고 할지라도 압박적인 업무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며 일을 지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버틴은 자신의 타임키퍼 직무에 대해 일체의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장난꾸러기이고 생각이 빠른 버틴의 성격을 고려할 때 더더욱 의문이 드는 지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틴이 타임키퍼직을 베르단디의 책무로서 인지한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버틴은 우르드를 어머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형태로 재탄한 버틴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어머니를 자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르단디의 재탄과 우르드의 선택은 노르니르의 내분과 깊게 연관된 소재입니다. 그렇기에 여기에 대해선 챕터 6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미래: 스쿨드(아르카나)

표면적으로 적대 세력의 수장이지만, 그 내면에는 꽤 깊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스쿨드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쿨드’라는 이름이 게임 내에서 등장한 적은 없지만, 대신 굿즈에서 등장한 선례가 있습니다.

아르카나를 스쿨드에 배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자료에 근거합니다. 아르카나에 대한 표현은 크게 죽음, 예견, 끝입니다.

‘안내하는 자’는 신도들이 아르카나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안내하는 자에 대해 ‘만물을 눈으로 보고 운명을 예견’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노르니르의 특성과 부합합니다. 한편 ‘절망적인 심상의 근원’, ‘광기의 끝에서 오는 고요함’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아래 자료에서 알 수 있습니다.

[ 1.9 EP ‘이유’ 스크린샷 : https://www.youtube.com/watch?v=Ic0wNwaUC14 ]

이 부분의 위 섬은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망자의 섬’(혹은 ‘죽음의 섬’)에서 따온 것으로, 원본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키백과에서 가져오긴 했으나, 이 이미지는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

이 EP는 아르카나와 소피아를, 나아가 재건의 손을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변환하면, 아르카나는 운명을 눈으로 예견하는 존재이며, 사람들의 죽음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노르니르 삼두 중에서 스쿨드에 해당합니다.

우르드, 베르단디와 다르게 스쿨드 아르카나는 메인 스토리 7장 무렵 진공폭탄에 폭사해 재탄 조건을 맞췄으나, 한 차례의 폭풍우를 거쳐 메인 스토리 10장 시점에서야 재탄에 성공하게 됩니다. 재탄한 후에도 아르카나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은 것도 특징입니다.

아르카나의 인물상은 노르니르의 내분 사태를 떼어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르카나에 대해서는 챕터 6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4.5. 노르니르 삼두 외의 노르니르

노르니르는 흔히 ‘운명의 세 여신’으로 언급되는 노르니르 삼두(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 외에도 다수가 있습니다. 리버스: 1999에서도 마찬가지로, 노르니르 삼두 외의 노르니르가 등장합니다. 

콘스탄틴

콘스탄틴은 재단 부회장(회장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을 고려해도 시대와 폭풍우에 대해 노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가령, 버틴의 제1방어선 학교 탈출 시도에 대해 사보타주를 지시한 케이스가 대표적입니다. 아무리 버틴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해도 버틴의 계획에 동조하는 학생들까지 폭풍우로 내모는 것은 너무 과격합니다. 그러나 콘스탄틴이 노른으로써 폭풍우에 휩쓸리는 것이 생물학적 죽음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이해 가능한 범주의 선택이 됩니다.

콘스탄틴이 알고 있는 사실이 스토리에서 언급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폭풍우를 앞두고 오리티우 기지로 재단 조사원을 파견하라는 콘스탄틴의 지시를 Z가 이해하지 못하자, 콘스탄틴이 지적합니다. 두 번째 사례의 버틴의 모친, 즉 어머니는 우르드로 추정됩니다. 세 번째 사례는 중의적인 표현인데, 한 가지 의미는 폭풍우가 다가오면 재건의 손이 행동을 개시한다는 것이며, 다른 의미는 재구성(리버스)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재단은 버틴에게 우르드의 정체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정작 콘스탄틴은 우르드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정답을 알고도 버틴이 직접 정답을 깨우칠 수 있게 판을 짜고 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 외에도 콘스탄틴이 우르드를 비롯한 노르니르 집단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암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성 파블로프 재단이 베르단디 측 노르니르가 세운 집단이라는 측면에서도 콘스탄틴을 노른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콘스탄틴은 노른이라고 추정됩니다.

미스 그레이스


‘나방’, 미스 그레이스 역시 노른으로 추정되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노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파격적인 승진을 한 것도 노른으로 볼 여지가 됩니다. 재건의 손은 스쿨드의 세력인데, 정황상 1999년을 전후로 다수가 사라진 듯한 스쿨드 편 노른이라면 아르카나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심산이 크죠.

버전 2.1 <루트 77: 유령의 도로> 당시 묘사된 것에 근거하면 케일라와 미스 그레이스는 동일인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한가지 중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케일라가 순혈 인간인 것과 달리 미스 그레이스는 마도술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 가설이긴 하지만, 노른이 아닌 존재를 노른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추측됩니다. 어느 존재의 운명(마도학자) 혹은 성향(인간)만을 분리해 폭풍우에 휩쓸리게 하면, 그 존재는 운명이 없는 존재, 즉 노른이 될 수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 10장에서 밝혀진 것과 같이 미스 그레이스는 성 파블로프 재단의 스파이로 밝혀졌습니다. 버틴의 신전 진입을 돕기 위해 나방을 모두 소진한 이후 현재는 여행가방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중이죠. 이후 어떻게 활동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대로 타임키퍼 소대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추측되는데, 이 경우 리버스: 1999 사상 최초로 실장된 노른이 됩니다.

재단 회장

재단 회장 역시 노른으로 추정됩니다. 베르단디 측 노르니르의 집단인 성 파블로프 재단의 수장은 노른인 것이 가장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토리 상에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얼굴을 비추지는 않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은 중년의 남성이라는 것. 재단 회장이 약화된 것은 우르드와 마찬가지로 1999년 대홍수 시도에 휘말린 탓으로 추측됩니다.


5. 운명과 성향, 공백

운명.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해 정해진 삶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삶이 정해져 있음을 암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결정론’과 결부되기도 합니다.

리버스: 1999의 인물들, 그리고 노르니르에 대해서 논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운명’입니다. 운명의 직공들인 노르니르가 각 인물들에게 부여한 일종의 배역 내지 본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인간과 마도학자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며, 특히 마도학자들의 행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꼭 짚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힌트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바로 판도라 윌슨의 ‘영감’입니다. 버전 1.6 UTTU 스토리에서 판도라 윌슨과 갈천은 각자의 감상 양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캐릭터 일화의 비화 역행 중 ‘점술 토론회’

갈천 자기자신이 말한 것처럼 갈천의 골상은 운명과 동치입니다. 이는 비화 역행에서 갈천이 ‘운명을 엿보는 자’에 해당함에 따라 교차 검증됩니다. 또한 판도라 윌슨의 영감은 골상과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판도라 윌슨의 영감 역시 운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판도라 윌슨의 영감을 통해 우리는 그 인물의 운명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판도라 윌슨의 영감은 위 같은 형식으로 제시됩니다. 마도학자의 ⓐ, ⓑ, ⓒ와 인간의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로딩 문구에서 설명하는 마도학자의 영감과 인간의 성향은 이렇습니다. 판도라 윌슨이 제시하는 마도학자의 운명과 인간의 성향에 대해 알아봅시다.

마도학자의 ‘운명’ (命)

[마도학자 순혈종]

[마도학자 혼혈종 & 의식 각성자 & 초자연자]

마도학자 순혈종과 혼혈종은 물론 의식 각성자와 초자연자까지, 공통적으로 이들에게 자신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졌으며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숙명입니다. 가령 소네트는 어릴 때부터 제1방어선 학교에서 재단에 대한 충성을 교육받았고, 이후 실무에서도 그 충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7은 타고난 재능으로 일평생 아페이론 학파에서 수학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비슷합니다. 아페이론 학파에서 곧 운명을 가리키는 영혼의 숫자가 태어나자마자 결정된다는 것도 이와 유사합니다. 그것을 가리키는 것이 ⓐ(캐릭터의 운명)입니다. ⓑ(마도학적 영감)는 ⓐ를 근거로 하는 마도학자의 영감 분류입니다.

마도학자들은 ⓒ(삶의 과업)를 통해 ⓐ를 달성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마도학자들에게 ⓒ는 일평생 일궈내야 할 삶의 목표입니다. 설령 삶에 역경이 다가와 스스로 삶의 양식을 갈아엎어야 하는 때가 오더라도, 결국 마도학자는 ⓐ를 이루는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가령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폭풍우를 겪고 자신이 지내오던 빈을 떠나고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카카니아는 재단에 들어온 후에도 정신 분석을 통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라미레즈의 폐업으로 한순간에 무너진 멜라니아가 도둑으로 환골탈태해 새로운 방식의 보안 검증을 이루고 있는 것도 동일한 이유입니다.

한편 마커스는 삶의 과업으로 ‘등대지기’가 제시된 것과 다르게 현재는 재단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인 (그레타) 호프만을 통해 ‘자유의지’를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호프만의 개입이 없었다면 마커스는 계속 등대지기로 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식 각성자 역시 마도학자와 마찬가지로 운명과 과업을 부여받았으나, 그 특성은 오히려 인간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추후 별개의 글로 다뤄보겠습니다.


인간의 ‘성향’ (向)

판도라 윌슨의 영감은 인간과 마도학자를 막론하고 같은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상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과 마도학자 감염종]

인간의 경우 마도학자와 다르게 특별히 부여받은 운명은 없는 대신, ‘성향’을 통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힘이 있습니다. 순혈 인간인 에즈라는 균종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버섯 연구를 하는 삶을 스스로 정했고, 마도학자 감염종인 제멜바이스는 날카로운 물건(서슬의 뜻이 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등의 날카로운 부분입니다)에 대한 선호로 외부 조사를 택했습니다.

인간에게 ⓐ는 자신의 핵심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딩 문구에서 등장한 것처럼 ⓑ는 ⓐ로 인해 결정된 환산된 마도학적 영감으로, ‘이 인간이 마도학자였으면 영감은 이럴 것이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는 ⓐ로 인해 그 인간이 선택한 현재의 직무로, 마도학자의 그것과 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가령 던컨의 ⓒ가 ‘퇴역 군인’인 것이 그 예시입니다.

노른의 ‘공백’ (空)

인간과 마도학자와 다르게 노른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도, 그걸 개척할 능력도 없습니다. 시대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누구도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자리가 없을 순 없기 때문에, 굳이 삶의 양식을 따지자면 인간 쪽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임시로라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인간과 다르게, 모종의 사유로 자신의 자리를 놓치면(그것이 폭풍우가 되었든 재탄이 되었든) 또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특이한 점입니다.


6. 직공들의 속사정

6.1. 노르니르의 도시

리버스: 1999 메인 스토리 10장 <복낙원>의 중심이 되는 남극 한복판의 신전. 그런데 이 신전은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이를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이 10TH-13 전투 스테이지의 이름입니다. 한국어 번역은 다음과 같이 ‘유적지 안’으로 제시됩니다.

왜 뜬금없이 ‘유적지’인 걸까요?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하오플레이의 한국어 번역이 들쭉날쭉한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기에 원문을 살펴보았습니다.

중국어 원문은 ‘遗址城内’입니다. 여기서 ‘遗址’는 ‘유적지’를 나타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은 도시 성(城)이 누락된 잘못된 번역입니다. 그래서 전투 스테이지 이름의 적절한 번역은 ‘유적도시 안’입니다.

또한 10TH-13 스테이지 이름의 원문은 ‘九重城’입니다. 이 단어는 중국 고대시에 자주 나오는데, 황제(지도자)가 거주하는 수도입니다(참고: 바이두 백과). 그렇다는 것은 이 곳은 과거 어떤 민족의 지도자가 기거하는 공간으로서, 수도의 역할을 수행했으나 지금은 파괴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는 누구의 도시일까요?

이 도시의 한 가운데에는 물레와 우물이 있습니다. 특히 물레는 버틴의 여행가방 안에 있는 물레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으나, 곳곳이 부서져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스테이지 원문(九重城)을 고려하면, 이곳의 중심은 지도자가 기거하며 업무를 보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물레와 우물은 지도자의 것이거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것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민족 지도자의 장소에 놓여져있었기에, 해당 민족의 상징이 물레와 우물임도 알 수 있겠습니다.

현실의 역사에 근거하면, 도시가 파괴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자연재해, 전쟁, 내분. 어떤 가능성에 가장 무게가 실릴까요? 같은 물레나 우물을 다른 데서도 발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6.2. ‘우르드’의 여행가방?

해답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버틴의 여행가방입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지점이 있습니다. 게임 내외부에서 유적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사례가 더 존재합니다.

고리가 읊은 시에서 유적이 언급됩니다. 시의 내용에 따르면 두 눈동자(지도자)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옛 유적은 수치(폐허)로 그늘졌지만, 그들의 오만과 참사를 반성하진 않습니다(거울은 노래를 비추지 않고, 맹목적인 찬사만을 부르네.). 결국 그들(민족, 조수)은 각자의 지도자(계명의 별, 조석)를 따라 뿔뿔히 흩어졌으며, 그들에 대한 학식은 사라졌습니다. 새롭게 세워진 왕정은 인간 사회에 섞여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편 통념과 다르게 여행가방의 첫 소유자는 버틴이 아닙니다. 이전 소유자가 버틴 혹은 재단에게 남기고 간 것입니다.

이 여행가방은 버틴이 타임키퍼로 부임할 무렵 Z를 통해 버틴에게 전달됩니다.

Z는 여행 가방의 이전 소유자를 ‘옛 친구’라 칭합니다. 공식이 제공한 게임 외적 자료와 내적 서술에서 ‘옛 친구(먼 곳의 오랜 친구)’는 우르드입니다. 이를 통해 여행 가방의 이전 소유자가 우르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유적과 물레를 발견했습니다. 더불어 이전 소유자의 이름도요.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노르니르입니다.

6.3. 물레와 우물

앞서 언급한 노르니르 관련 이야기와 결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유럽 신화 원전에서 노르니르 삼두(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는 각자의 물레를 돌리며, 우르다르분느는 노르니르의 거처이자 세계수(위드그라실)의 수원(水原)으로 세계의 존망이 걸려 있는 장소입니다. 리버스: 1999의 노르니르 삼두 역시 각자의 물레를 가지고 있는 것은 동일하나, 우르다르분느(우르드의 우물) 외 최소 1개의 우물이 더 등장합니다. 여행 가방의 호수와 남극 신전의 우물입니다. 비약적인 유추를 거치면, 실제로는 총합 3개의 우물이 있을 것입니다. 원전에는 우르드의 우물만 묘사됐지만, 리버스 1999의 제작진은 스쿨드의 우물과 베르단디의 우물 또한 설정을 추가한 듯 합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원전을 참고해 변주/추가한 설정을 유추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작중에는 2개의 우물만 나옵니다. 남극 신전의 우물과 여행가방의 우물입니다. 남극 신전의 물레를 아르카나가 돌렸다는 점에서, 이 물레와 우물은 스쿨드 아르카나의 것으로 보입니다. 버틴의 여행가방 속 우물은 우르드가 이전 소유자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르드의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것은 베르단디의 물레와 우물입니다. 베르단디에게도 그가 이끄는 집단이나 영지가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선 챕터 7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적어도 남극 유적 도시가 파괴된 이유에 관해서는 동족상잔 전쟁으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리버스: 1999 세계의 노르니르는 신과 다름 없는 존재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중 이들이 내분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가 여럿 존재합니다.

6.4. 대개혁: 마도학자에게 자유의지를 허하라

노르니르에겐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운명이 없다는 것, 즉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대로 비유하자면 마도학자(상세한 배역과 대본이 주어진 상태)는 무대 위에서, 인간(대략적인 인물성만 주어진 상태)은 무대 안팤에서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데, 노르니르는 무대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래서 노르니르 일각에서 ‘마도학자에게 자유의지를 주자’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마도학자에게도 자유의지를 주면, 모두가 무대 밖으로 나와 노르니르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베르단디였던 베스머트는 이 의제를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베스머트가 버전 1.6 이벤트 스토리 <삭일수기>에서 ‘바라는 대로’라는 마도술을 찾아다녔던 것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스쿨드 아르카나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아르카나는 모두가 자유의지를 가지면 세상이 난장판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각자의 자유의지가 충돌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과 살육이 벌어질 거라 판단한 거죠. 이유에 대해서 명시적인 해답은 없으나, 전쟁이 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에서 동료를 잃었던 경험이 오늘날의 아르카나를 만든 계기라고 보여집니다.

베르단디와 스쿨드의 의견차는 점차 누적돼, 상당한 갈등 국면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스쿨드의 도시가 파괴된 것도 이런 내분의 결과로 추정됩니다.

6.5. 전환점: 베르단디의 재탄

현임 베르단디인 버틴은 2007년 기준 16세로, 이를 고려해 출생 연도를 역산하면 1991~2년 무렵이 됩니다. 그런데 베스머트가 재탄한 존재가 버틴이므로, 전임 베르단디는 1991~2년 이전에 환생, 버틴으로 재탄했다는 것이 됩니다. 아르카나의 재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베스머트의 환생과 버틴의 재탄 사이에 얼마나 긴 공백이 있었는진 알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른은 사망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을 때 재탄하지만, 베르단디의 경우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린아이 상태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노른은 기본적으로 성체 상태로 출현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르드가 그랬던 것처럼 재탄한 후에도 성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버틴은 어린아이 상태로 출현했으며, 자신이 노른이라는 자각 또한 없습니다. 그런고로 불완전한 재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르단디의 불완전한 재탄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가장 큰 것은 과거와 미래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현재로, 현재가 제대로 정의되어야 나머지 둘을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시대를 구분짓는 것도 현재의 역할로, 시대적 중대 사건을 베르단디가 잘 다루어야 제대로 시대가 나누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베르단디가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어, 과거와 미래의 연결 및 시대적 사건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폭풍우의 재료 자체는 후술하는 것처럼 대홍수 과정에서 끌어올려진 물이라 보이지만(그렇기에 베르단디의 재탄으로부터 첫 폭풍우까지의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폭풍우를 유발시키는 계기는 베르단디의 부재로 인한 시대적 불안정이라 사료됩니다.

6.6. 1999년 대홍수와 우르드의 약화

베르단디의 재탄으로부터 대략 8년 정도가 지난 1999년 연말, 아르카나는 남극에 있는 자신의 물레를 돌려 ‘대홍수’를 시도합니다. 이 때 재건은 스쿨드의 편에 서서 대홍수의 성공과 ‘공백의 시대’(정황상 마도학자의 시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로의 복귀를, 재단은 베르단디의 편에 서서 대홍수의 저지를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홍수는 실패했으며, 이로 인해 1번째 ‘폭풍우’가 발생했습니다. 하필이면 1999년이었던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대홍수 시도 이후 우르드의 힘이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현재 우르드는 폭풍우에 닿으면 몸이 녹아 재탄해버릴 정도로 약화된 상태입니다. 마르타가 폭풍우에 휩쓸린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그러나 평범한 존재와 달리 자신이 마르타와 연속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폭풍우 면역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스토리의 방향 예측

리버스: 1999가 이야기의 막을 올린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야기가 공개된 덕분에, 스토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더 명료하게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주인공 버틴에 주목하자면, 세 단계의 과정이 점쳐집니다.


7.1. 1단계: 어머니를 찾는다

지금까지 버틴의 어머니가 누구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젠 리버스: 1999 메인 스토리 10장 <복낙원>에 기초해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버틴도 어머니가 누구인지 확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르드가 재탄 후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만큼, 다시금 우르드의 행적을 찾아야 합니다. 비록 시스템 상 우르드(먼 곳의 옛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지만, 여기서의 내용은 이야기(각 버전 스토리)만 있을 뿐입니다. 주고 받는 게 정말 버틴이 맞는 지도 알 수 없으며, 우르드의 답신을 기대하기도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르드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한 만큼, 다음 만남은 메인 스토리 8장에서 그랬듯 더 빠를 것입니다.


7.2. 2단계: 선조 회귀에 성공한다

마도학자 혼혈종들은 ‘선조 회귀’(왕래 능력 각성)를 할 수 있습니다. 마도학자 혼혈종은 순혈종과 다르게 초자연자의 마도술(임의로 명명하자면 ‘마도 원류’)을 그대로 다루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순혈종의 마도술 사용에 어려움을 겪지만(재단 교육에서 뒤쳐지는 이유), 자신의 마도술은 강력한 편입니다. 그러나 초자연자의 마도술은 순혈종의 그것보다 훨씬 불안정하기에 마도학자 혼혈종은 각종 거부 반응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초자연자의 신계와 왕래 능력을 각성하면 거부 반응이 상당수 사라지는데, 이 왕래 능력을 깨우치는 일이 바로 ‘선조 회귀’입니다. 자세한 것은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직접적으로 제시된 적은 없지만 버틴은 마도학자 혼혈종으로 추정됩니다. 메인 스토리 1~2장에서 슈나이더가 언급한 부분이나, 유년기에 마도술 발편이 늦었던 것, 무엇보다 원전의 혈통 묘사가 근거입니다. 앞서 소개한 ‘선조 회귀’의 의의를 고려할 때, 버틴에게도 선조 회귀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르드가 버틴에게 여행가방을 준 것도 이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버틴 역시 노른인 만큼 노른 신계와의 연결이 중요한데, 버틴 혼자서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여행가방은 버틴이 거부 반응으로 단명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이자, 노른 신계로 향하는 ‘문’입니다. 덕분에 버틴은 여행가방을 통해 노른 신계와의 제한적 소통을 유지해 거부 반응을 겪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가방은 어디까지나 우르드의 것이고, 제한적인 소통 능력일 뿐이므로 결국 버틴은 선조 회귀를 해내야만 합니다. 다행히 여행가방 안에는 먼저 선조 회귀에 성공한 혼혈종 ‘선배’들(곡랑, 양월)이 있으므로 어쩌면 버틴은 선조 회귀에 누구보다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버틴이 해야 할 것은 열려있는 문을 지나 다리를 건너는 것이죠.


7.3. 3단계: 베르단디로 완전히 각성한다

버틴이 마지막에 도달할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 베르단디로의 완전한 각성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버틴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자신이 노른이고 베르단디라는 것을 모릅니다. 폭풍우가 노르니르 집안 싸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폭풍우를 해결하기 위해 베르단디 버틴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베르단디로의 각성이 가장 중요한 길인 것입니다.

위의 물레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스쿨드의 물레와 우물은 남극 신전에, 우르드의 그것은 여행가방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제시된 바는 없지만 정황상 베르단디의 물레와 우물도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베르단디의 몫은 어디에 있을까요?

여기서 성 파블로프 재단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통념과 달리 성 파블로프 재단을 버틴을 억압하거나 휘두르려는 집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버틴이 성 파블로프 재단을 이끌어가는 존재입니다. 노르니르 내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재건의 손은 스쿨드의 세력이며, 성 파블로프 재단은 베르단디의 세력입니다.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노르니르가 깊이 관여했고, 현재도 고위직에 노르니르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여전히 베르단디의 영향력은 지배적입니다.

재건과 재단의 구도를 노르니르 내분의 구도로 바꾸어보자면, 재단은 베르단디의 휘하 세력으로서 스쿨드의 대홍수 시도를 막고 현재를 지켜나가며, 궁극적으로 자유의지의 실현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이를 위해서 재단은 버틴에게 파격적인 지원과 대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버틴이 ‘폭풍우 개혁: 증원과 질서’을 제출하자 여러 사람들이 이를 추진했고, 팍스 하우스(정황상 구성원 중 노르니르의 비율이 많아 보임)의 지지로 통과된 것이 그 예시입니다. 보통의 법률안이라면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이, 베르단디를 위해서라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마찬가지로 노른인 콘스탄틴의 행동을 분석해 보자면 인상깊은 지점이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 3장에서 버틴이 계획한 제1방어선 학교 탈출 작전에 대해 콘스탄틴은 사전에 인지했고, 이를 저지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태업을 지시해 버틴의 탈출 작전의 성공을 돕기도 했습니다. 콘스탄틴을 일반적인 정치인으로 본다면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 생명마저 경시한 파렴치한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을 노른으로써의 행동으로 본다면 재평가의 여지가 있습니다. 버틴이 베르단디로써 책임감을 가지게 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반 학생들을 폭풍우에 몰아넣은 것은 어차피 이들이 죽지 않고 시대에 섞여들어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를 고려해도 콘스탄틴의 선택이 비정하고 비판할 만한 것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레와 우물이 존재하는 곳은 공통적으로 폭풍우 면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극 신전이 심하게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폭풍우 면역만큼은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성 파블로프 재단 본부가 폭풍우의 첫 도래부터 폭풍우 면역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베르단디의 물레와 우물은 성 파블로프 재단 본부 내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그 위치는 극비로 다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재단이 물레와 우물의 주인에게조차 그 위치를 숨기는 것은 재단의 노르니르가 버틴이 아직 베르단디로서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레와 우물은 노르니르 삼두의 권위와 능력의 기반이지만, 동시에 운명을 정하는 도구로서 잘못 다루면 걷잡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단은 버틴이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이것을 잘 보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버틴이 베르단디로써 충분히 성장한다면 그 시점에서 자신의 물레와 우물을 직면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다루는 시점이 된다면 그 때가 버틴이 베르단디로써 완전히 각성하는 순간일 테죠.


7.4. 우르드의 생각: 너희 둘은 대화를 나눠봐야 해

세기말 베르단디와 스쿨드의 대립을 지켜보는 우르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르드는 지금의 분쟁이 이해의 결여에서 온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직접 대결보다는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 본 것이죠. 우르드가 버틴과 아르카나의 재회를 반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위의 편지를 다시 꺼내 봅시다.

편지 봉투에 버틴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보아 이 편지는 버틴에게 부쳐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밑에 같이 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누구와 같이 열어야 하는 걸까요?

편지의 작성 시점은 폭풍우 이전으로 보이는데, 이 무렵의 베르단디와 스쿨드는 한창 자유의지 건으로 반목하고 있을 때입니다. ‘계단 위의 영감’을 언급한 것, 그리고 ‘재회’를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이 편지의 작성자 우르드는 이 편지가 둘이 화해한 뒤 읽히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편지를 같이 열어봐야 할 사람은 스쿨드 아르카나가 유력합니다.

‘비가 유난히 많았다’는 것은 폭풍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우르드는 둘의 반목의 결과 폭풍우가 도래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가 폭풍우라면 ‘우산’은 폭풍우 면역 도구, 특히 버틴에게 보낸 편지라고 한다면 여행가방을 가리킵니다. 여행가방은 원래 우르드의 것이었으므로 그 뒤의 돌려달라는 말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정리하자면 이 편지는 베르단디와 스쿨드가 화해한 후 우르드가 그 둘에게 건네는 축사입니다. 우르드는 버틴이 베르단디로 잘 자라나길 기원하며 어머니를 자처하고, 배후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죠.


7.5. 그래서 게임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비록 화제 몇 개에 대해 중대한 진전을 하긴 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랐던 과거보단 낫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버틴의 세 갈래 길에 덧붙여 베르단디와 스쿨드의 갈등을 고려해 결말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통 분모

버틴이 나아갈 세 단계는 공통적으로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버틴 개인과 관련된 일이기도 할 뿐더러, 이야기가 노르니르의 내분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1단계 ‘어머니를 찾기’는 2단계와 3단계의 선결 조건이 될 것이며, 나머지 두 단계는 거의 같은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베르단디로 각성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노른이라는 정체성을 찾는 것이고, 결국 노른 신계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분기 1: 베르단디가 스쿨드를 제압한다

버전 2.7 이전까지 가장 유력하다 판단한 분기입니다. 베르단디 세력이 스쿨드 세력을 완전히 분쇄하는 결말로, 일단 표면적인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쿨드 역시 사퇴와 대체가 가능한 일종의 직책이기 때문에 아르카나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제때 대체자가 오지 않으면 베르단디 궐위사태에 이은 스쿨드 궐위사태가 발생할 심산이 큽니다.

스쿨드 궐위사태로 이어지게 된다면 ‘Rewind: 2000’과 같은 차기작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담당하는 스쿨드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미래가 생성되지 않는, 즉 일종의 ‘루프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의 이야기는 베르단디가 된 버틴 혹은 제3의 주인공이 스쿨드 궐위사태에서 새로운 스쿨드를 찾아나서는 여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우르드의 편지를 보면 가능성이 낮아보입니다. 우르드는 누군가의 승리보다 화해를 원하기 때문이죠.

분기 2: 스쿨드가 베르단디를 제압한다

실질적인 가능성은 낮지만 스쿨드 세력이 베르단디 세력을 역공해 분쇄하는 결말입니다. 나머지 분기와 다르게 이 결말은 명백한 배드 엔딩입니다. 첫 번째 분기와 다르게 이 때는 버틴이 책임을 지고 사퇴합니다. 베르단디 궐위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때는 스쿨드 아르카나가 금방 대체자(아마도 바지사장)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분기는 예나 지금이나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런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서 배드 엔딩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할 뿐더러, 무엇보다 리버스: 1999는 일종의 인간찬가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부정되는 결말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기 3: 평화롭게 끝난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기로, 베르단디와 스쿨드가 화해하고 끝나는 결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베르단디는 스쿨드의 우려를, 스쿨드는 베르단디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 누구도 물러나고 대체되지 않으며, 노르니르의 내분은 평화롭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우르드가 바라고 있는 결말이기도 하죠.

메인 스토리 10장과 우르드의 편지를 고려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분기는 서로의, 특히 버틴의 상당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분기에 비해 가장 돌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르드의 뜻이 확고하기에 큰 이변이 없다면 이 분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8. 결론

세상의 인과율을 조율하는 운명의 직조공, 노르니르는 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를 주축으로 하여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도학자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자는 의견이 노르니르 내부에서 등장했습니다. 베르단디는 이 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스쿨드는 인간의 자유의지의 충돌이 가져올 살육을 우려했습니다. 베르단디와 스쿨드의 충돌은 대규모의 갈등으로 비화했고, 이는 베르단디의 재탄과 폭풍우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재탄한 베르단디는 재단의 교육 하에서 타임키퍼로 성장했습니다. 재단은 다시금 베르단디가 폭주하는 일을 막고자 버틴을 엄하게 가르치고, 한편으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버틴은 성장해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지만 어머니를 찾고, 자신이 찾아야 할 것 ─ 자신의 물레와 우물 ─ 을 향해 나가가고 있습니다. 결국 버틴은 여행가방을 우르드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확실한 것은 이야기의 결말로 나아가려면 버틴의 각성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버틴 자신이 이 사태에 책임이 크다는 것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조차도 최애캐가 버틴인 입장에서 이 결말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러나 버틴은 베르단디로서 현재의 책무를 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버틴은 결자해지의 각오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버전 2.8까지 블루포치와 하오플레이가 공식적으로 제공한 자료에 근거한 분석은 이 정도가 최선이라고 판단합니다. 다루지 못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 아직 가설 단계이거나 다룰 만한 정도로 성숙하지 못해 제외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들의 세계관 이해 개선과 연성, 또 다른 분석과 덕질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